남양주 4대의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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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은 것은 한 달 전이다. 가족사진 예약을 하기 위해 젊은 처자가 전화를 했다. 맑은 목소리로 날짜와 시간을 물어보고 준비할 것 등 꼼꼼히 물어보았다. 나 또한 가족사진을 찍을 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사진을 찍을 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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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당일 가족들이 사진관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여느 가족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연세 있으신 할머니가 계셔서 유독 눈이 갔다. 요즘은 3대가 사진을 찍어도 대단한 시대인데? 같이 오신 할머니는 증조할머니이시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젊으셔서 증조할머니이신 것을 늦게 알게 되었다. 이렇게 4대가 같이 가족사진을 찍게 되는 것도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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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을 찍을 때 모든 손님들은 자연스럽고 화목한 가족사진이 나오기를 원하신다. 사진관에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온전히 사진가의 몫이다. 그래서 사진가는 가족들의 취향이나 가족구성과 가족관계를 빨리 파악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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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사진관으로 모이면 적응시간이 있어야 해서 그 시간에 가족들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다. 가장 행복했던 때 즐겨들었던 음악들을 파악하고 가족관계를 묻는다. 나의 경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악이다. 요즘 TV에서는 많은 프로그램이 음악관련 프로그램이고 옛 복고풍 음악이 재생이 된다. 음악은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특히 가장 활동적일 때와 행복했을 때의 음악은 그 사람의 평생토록 기억이 된다. 살면서 힘이 들거나 지쳐서 휴식을 취할 때 듣는 음악은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좋았던 시절의 음악을 듣게 된다. 과거, 현재와 미래는 서로 이어져 있다.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고 현재로 다시 돌아오는 의식의 순환이 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의 괴로움이 과거로의 추억으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과정을 갖는다. 행복했던 시기의 음악을 들으면 긴장이 풀리면서 이완이 되서 편안한 느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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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묻는데 증조할머니가 시큰둥하다. 할머니에게 처녀적 시절이나 신혼 때 들었던 음악을 알려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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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때는 대동아 전쟁 때라 좋은 게 없었어! 얼른 사진이나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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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할머니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던지 말씀에서 느껴졌다. 좋은 시절이라는 게 보통은 젊은 시절 일 것인 데 그 때가 오히려 전쟁으로 힘이 들었던 시절이라 생각조차하기 싫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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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할머니의 심기가 불편한 말투는 사진 촬영 내내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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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왜 이렇게 많이 찍어! 돈 벌려고 하는구먼.”
“ 빨리 끝내 ”
“ 지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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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증조할머니를 중심으로 온가족이 모여 찍은 사진은 화목하게 잘 나왔다. 증조할머니의 정정한 모습과 할머니를 둘러싼 손주와 아들 부부의 미소가 사진 속에 잘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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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 왜 그렇게 심통이 났는지는 나중에 알았다. 증조할머니는 사진 찍는 내내 사진사가 뭐라 뭐라 하는 데 귀가 어두워서 들리지 않으셨단다. 그런데 다른 가족들은 웃고 즐거워하니 소외된 느낌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사진을 확인하고 가족들의 화목한 모습을 모시더니 마음이 풀리셔서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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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대가 모인 사진을 찍으면서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어르신들은 겪으셨고 우리는 그것을 공감하기 쉽지가 않다는 것과, 노인이 되면 답답한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세대별 갈등이 심해지는 시기에 공감이라는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지 못했던 삶을 살았던 증조할머니를 이해 못했던 것과 노인의 불편함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 이를 잘 공감하고 헤아렸다면 이 때문에 촬영이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음에는 좀더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겠다. 오늘도 하나를 느끼며 하루를 보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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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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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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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가족사진 평내동 사진관 배선복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