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볼만한 코메디 연극 “썸앤쌈”
나이가 들어서 먹고 사는 일에 치이다 보면 예전 젊을 때 다니던 곳은 못 가게 된다. 그중 하나가 대학로 극장이다. 영화관은 흔하고 흔해서 늦은 시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그것도 시간이 안 되면 집에서라도 영화를 볼 수가 있다. 그런데 배우가 직접 움직이고 감정을 내뱉는 연극은 시간을 만들어서 그곳에 가야만 한다. 그래서 더 쉽지 않은 일이 된 것이다.
여름도 끝나고 이제 머리가 쉬어도 될법한 날이라 예전에 갔었던 대학로로 나들이를 갔다. 가족과 함께 연극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모두 갔다. 무언가를 할 때 계획을 세우고 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대학로를 갈 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연극을 보러 간다는 것만 생각했다. 무슨 연극을 본다는 것도 정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티켓박스에 가면 어떤 연극을 하는지 한눈에 알 수가 있어서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극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알릴려고 할 테니 굳이 미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티켓걸이 웃으면서 반긴다. 대학로는 길을 가다 보면 공연표를 팔기 위한 티켓걸과 맨이 보인다. 그중 운이 좋은 아가씨가 우리를 잡았다. 선택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 볼 수 있고 재밌는 연극으로 한정해서 ‘썸앤쌈’ 이라는 연극표를 구입했다.
표값은 인터넷으로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더 비쌌지만 추천을 받았으니 조언료가 붙었다고 본다.
세익스피어 공연장은 대학로 구석에 있다. 소극장이라 화려한 무대연출은 기대하면 안 된다. 이런 소극장은 수익이 나기가 어려워서 재정난으로 점점 없어진다고 하는데 재밌는 연극을 많이 올려서 꾸준히 유지가 됐으면 좋겠다. 공간은 작지만 이 공간을 살리는 타고난 배우들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작은 공연장은 하나의 또 다른 세계가 된다.
내용은 한 빌라? 아니 원룸텔 같은 ? 공동주택에 사는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서 만드는 사건사고를 그린다. 거침 없이 하이킥에 나오는 집 같은 곳이 메인 공간이다. 검사, 변호사, 기자, 사건을 만드는 도박꾼. 이들이 어울려서 사랑과 이야기가 나온다.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배우들의 과감한 연기가 영화에서 보이는 화려한 CG보다 더 실감 있다. 찰진 여검사의 쌍욕이 불량한 도박꾼보다 더 실감난다. 연극을 보는 맛은 이런 배우들의 감정과 표정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간 이유도 요즘 아이들이 너무 모니터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 때문이다. 실제가 아닌 CG 효과와 브라운관에서 사람의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사람의 냄새를 느끼기에는 연극이 재격이라 아이와 동행했다.
코매디 연극이라서 초반과 중반까지 즐거움을 준다. 관객과 같이 반응하는 장면은 더욱 재미가 있다. 시간이 좀 길어서 후반에서는 약간 지루한 맛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연극이었다.
다음에도 다른 연극을 찾아서 한번 가보아야 겠다. 사람이 가까이에서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동안 답답했던 컴퓨터 모니터 작업대를 잊게 해주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고 말할 수 있는 공연을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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