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복사진작가가 만난 어느가족의 이야기

몇일 전에 두 딸을 두신 어머니가 딸들과 같이 여권사진을 찍으러 오셨다. 딸들이 엄마를 해외여행을 보내준다고 엄마를 데리고 온 것이다. 여권 사진을 찍을 때 엄마가 얼굴 가득 싱글 벙글 하셨다.

그날 사진이 맘에 드셨는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와서 가족사진을 찍겠다고 예약을 하시고 오셨다.

“한복을 입고 찍고 싶어”

어머니가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상담하다가 말씀하신 내용이다. 딸들은 한복이 싫다고 캐주얼 하게 찍자고 한다.
한복은 이제는 명절에만 입는 특별한 옷이 된지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딸들은 편한 옷으로 편하게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눈치다. 캐주얼 하게 사진을 찍으면 좀더 생동감 있고 밝은 느낌이어서 요즘 인테리어에도 사진이 잘 어울린다. 두 딸이 손주들 한복도 준비 해야 한다고 엄마를 설득한다.

엄마의 마음이 살짝 흔들이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진관에 걸린 가족사진 샘플에는 꼭 한복이 들어갔었다. 대가집 마나님 처럼 고상한 느낌의 한복을 입고 앉아 있는 느낌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밝은 느낌의 캐주얼한 가족사진이 대세이다. 그래서 두 딸들이 엄마를 열심히 설득한다. 눈치를 보니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신 것 같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빠’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서로가 일부러 피하는 듯한 단어이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 가장 유의하는 것이 가족의 구성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가족관계가 있어서 잘못하면 큰 실수를 하게 된다.

두 딸들과 이야기 하다가 맘이 흔들리는 엄마이지만 다시 한번 말을 하셨다.

“그래도 한복을 입고 싶어. 딸들이 결혼할 때 입었던 그 한복을 입고 가족사진 찍고 싶어”

두 딸들이 잠시 가만히 있다가 웃으면서 모두 동의한다.

” 그래! 엄마. 이 가족사진 엄마 집에 걸건데 엄마가 맘에 들어야지.”
엄마가 가족사진을 찍을 때 한복을 입고 싶은 것은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한 느낌을 갖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한쪽인 아빠의 빈 자리를 같이 느끼고 싶은 것이리라. 두 딸들도 그것을 느껴서 두말 않고 한복을 입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두 딸이 효도 여행을 보내주고 행복한 인생을 지내고 계시는 어머니는 마음을 헤아린 두 딸의 가족사진으로 또 한번 행복해 졌다. 더불어 나 또한 따뜻한 가족사진을 찍어서 더욱 행복한 사진가가 되었다.
엮은글
가족사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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